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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헛된 기다림》 나딤 아슬람 - 당신에게 평화를
    책/소설 2020. 11. 5. 06:23

    파키스탄, 2008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은 우연히 학교 옆을 지나가다가 교사와 어린이들과 함께 죽임을 당한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하며 운명이란 말을 들먹였다. 운명. 파괴자나 파괴물의 정체를 모를 때 흔히 쓰는 말.

     

    탈레반의 땅이라 알려진 아프가니스탄은 20세기 이데올로기의 쓰레기통이다. 영국의 제국주의, 소련의 공산주의, 미국의 팍스아메리카나, 그리고 이러한 이데올로기들 사이에서 자라난 탈레반의 이슬람 근본주의. 근대가 집대성된 이데올로기들이 인간의 탐욕을 타고 아프가니스탄으로 모여들었고, 급변하는 이념들 사이에서 아프가니스탄은 파괴의 땅으로 변해갔다.

         

    파키스탄의 신예작가 나딤 아슬람은 헛된 기다림에서 제국주의, 공산주의, 팍스아메리카나, 이슬람 근본주의, 네 가지 이념을 대표하는 인물들을 통해 이념의 쓰레기통이 된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말하고 있다. 탈레반에 의해 아내와 딸을 잃은 영국인 의사 마커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소련군이었던 남동생을 찾아 온 러시아인 라리사, 전직 CIA 요원인 미국인 데이비드, 이슬람 근본주의 군벌에서 활동 중인 탈레반 카샤. 그리고 이들 사이에는 자민이 있다.  

     

    자민은 마커스의 딸이고, 라리사의 남동생이 겁탈한 여인이자 데이비드의 연인이며, 카샤의 위장된 어머니이다. 자민을 공통분모로 한 네 명의 인물들은 자연스레 마커스의 집에 모여들지만, 자민은 죽고 없다. 자민으로 자신들의 고통을 치유하려는 이들의 노력은, 이들의 기다림은 헛된 기다림이다. 

     

    자민의 죽음은 평화의 죽음이다. 그리고 자민을 죽게 한 것은 파괴의 땅, 아프가니스탄으로 상징되는 20세기 이데올로기의 탐욕이다. 작가는 헛된 기다림에서 평화를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절망과 좌절, 파괴를 말할 뿐이다. 그것이 20세기 이데올로기 탐욕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본문이 시작되기 전, 지미 카터 대통령의 국가안보 보좌관이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미래의 테러리스트들에게 무기와 자문을 제공함으로써 이슬람 근본주의의 확산을 도운 것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무엇이 세계 역사에 더 중요합니까? 탈레반입니까, 소련의 붕괴입니까? 소수의 모슬렘 과격 분자입니까, 중부 유럽의 해방과 냉전 체제의 종식입니까?”라고 한 답변을 싣고 있다. 그는 그만의 세계에서 으로 규정된 소련을 제거하여 팍스아메리카나를 꿈꿨을 것이다. 미국에 의한 평화. 그가 생각한 평화는 그런 것이었지만, 그의 내부에는 팍스가 아닌 아메리카나, 탐욕이 있었다. 그는, 미국은 평화를 탐욕스럽게 원했다. 그리고 그 탐욕은 또 다른 탐욕인 이슬람 근본주의를 키웠고 평화를 죽였으며 아프가니스탄을 파괴했다.

         

    사람은 누구나 탐욕스럽다. 탐욕은 운명일지도 모른다. 탐욕은 경쟁을, 경쟁은 성장을, 성장은 진보를 인간 역사에 부여하였다. 이러한 운명 속에서 아프가니스탄은 단지 진보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쓰레기를 모은 쓰레기통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탐욕스러운 것처럼 누구나 평화를 원한다. 탐욕이 운명인 것처럼 평화를 기다리는 것 또한 운명일 것이다. 비록 그것이 헛된 기다림에 불과할지라도.

         

    테러리스트 집단이라고 알려진, 그러한 오해를 받고 있는 모슬렘들의 대표적인 인사말은 살람 아 라이캄으로 당신에게 평화를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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