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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군대의 장군》 이스마일 카다레 - 거짓된 죽음의 의식책/소설 2020. 11. 3. 06:21
사방이 비와 죽음이다. 그러니 다른 걸 찾게나.
유해 발굴이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일종의 의식이다. 유해 발굴을 통해 전사자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영웅으로, 전쟁터는 영웅들이 활동한 위대한 전장으로, 전쟁은 전장의 영웅들이 그들의 업적을 쌓은 활동무대로 거듭난다. 그렇게 국가는 전쟁에 의미를 부여하여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자신들의 과오를 서사시로 둔갑시킨다. 그러나 실제 전쟁에는 영웅도, 전장도, 업적도 없다. ‘사방이 죽음’뿐이다.
이스마일 카다레의 『죽은 군대의 장군』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알바니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알바니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의 침공을 받는다. 종전 후 이탈리아는 유해 발굴단을 알바니아에 보내 자국 군인들의 유해를 가져오려 한다. 유해 발굴단의 목적은 전사자를 위대한 영웅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유해 발굴단을 이끈 장군이 맞닥뜨린 전쟁의 실체에는 전쟁이 두려워 농가로 도피한 군인, 민간인의 집에 불을 지르고 학살을 일삼은 군인 등이 있을 뿐이었다.
장군은 이러한 군인들을 영웅으로 포장하여 이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그 유해를 가져가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스러운 의식’을 하는 또 다른 유해 발굴단은 군인들의 유해를 사고판다. 진짜 유해를 가져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이는 ‘의식’일 뿐이니깐. 그렇게 의식을 치른 장군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사방이 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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