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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 상처에 대하여
    책/소설 2020. 10. 30. 05:55

    일본, 2013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 없고,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쓰쿠루 또한 그렇다. 쓰쿠루는 누구보다 가까웠던 친구 4명에게 일방적으로 절교 통보를 받는다.

     

    사람들은 상처를 받으면 이를 어떻게든 치료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상처를 치료하려면 시간을 되돌려야 하므로 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처를 외면하고 이를 삶의 바깥으로 밀어내려 한다. 러나 상처는 끊임없이 삶의 내부로 파고든다사람들은 이에 절망하고, 상처는 객관성을 잃으며 과대포장된다. 상처를 외면한 쓰쿠루는 삶에 깊이 각인된 상처에 절망하고 무려 16년간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

     

    상처가 삶의 내부로 파고드는 이유는 이 또한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상처는 외면하여 삶의 외부로 밀어내는 것이 아닌바로 보아 내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사라는 쓰쿠루에게 상처를 바로 보라고 조언한다.

     

    상처에 절망한 사람들은 타인을 원망한다. 그러나 이는 이기적이다. 자신이 상처받는 것에는 예민하면서, 타인에게 상처 입히는 것에는 무디다. 때론 자신만이 상처를 입었다는 생각이 오히려 타인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쓰쿠루가 바로 본 상처에는 개성이 없다며, 자신만의 색채가 없다며 스스로에게 입힌 상처 때문에 상처를 입은 4명의 친구들이 있었다.

     

    상처 속에는 잃어버린 몇 가지 가능성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인 추억이 있다. 추억은 상처처럼 돌이킬 수 없고, 상처처럼 얽힌 인간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삶의 일부다. 과거의 상처를 돌이킬 수 있는 가능성에 집착하면 미래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놓친다. 미래의 추억을 놓치는 것은 삶의 가능성을 놓치는 것이다. 상처의 실체를 알게 된 쓰쿠루는 이를 받아들이고, 사라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기로 결심하며 새로운 삶의 가능성으로 나아간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 없고,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상처로 서로 연결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이 열린다. 과거의 상처를 외면하는 것은 미래의 가능성을 외면하는 것이다. 미래의 가능성은 과거의 상처를 바로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상처를 바로 보는 것은 이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처란 올바른 가슴 아픔이며 올바른 숨 막힘이다. 삶이란 결국 이러한 올바른 상처를 주고받는 것에서 시작된다.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은 조화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연결된 것이다. 아픔과 아픔으로 나약함과 나약함으로 이어진다. 비통한 절규를 내포하지 않은 고요는 없으며 땅 위에 피 흘리지 않는 용서는 없고, 가슴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그것이 진정한 조화의 근저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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