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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 만들어진 악
    책/소설 2020. 10. 28. 05:05

    영국, 1818

     

    해묵은 논쟁 중에 성선설, 성악설이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선한가, 악한가라는 논쟁에 대해 특별한 답은 없다. 왜냐하면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성선설, 성악설을 물으려면 먼저 인간과 독립된 본질적인 선과 악, 성선과 성악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선과 악은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것이다. 따라서 성선설과 성악설은 애초에 질문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프랑켄슈타인하면 일반적으로 각진 머리와 이마에 나사못을 가진 괴물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는 잘못 알려진 것이다. 1818년 출간된 프랑켄슈타인의 원작,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서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이 아닌 그 괴물을 만든 박사의 이름이다. ‘창조자 프랑켄슈타인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피조물인 괴물 프랑켄슈타인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서 프랑켄슈타인은 대학에 입학한 젊은 물리학자이다. 대학에서 프랑켄슈타인은 생명 창조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급기야 시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만든 피조물의 기괴한 형상에 경악하여 그에게서 도망친다. 피조물은 프랑켄슈타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버려져 한적한 시골로 도피한다.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의 피조물에게서 도망친 이유는 그가 괴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괴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피조물은 괴물이 아니다. 단지 프랑켄슈타인이 그 기괴한 형상 때문에 피조물을 괴물로 받아들였을 뿐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실제로 괴물을 만들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피조물을 괴물로 만든 것이다.

     

    시골로 도피한 괴물은 노인과 남매, 세 명의 가족들이 사는 오두막집 옆의 축사에 몸을 숨긴다. 그곳에서 그들을 몰래 알아가며 사람에 대한 애정을 느끼고, 자신도 한 인간으로 사랑받길 원한다. 그러나 괴물이 자신의 모습을 보이자 가족은 다른 사람들처럼 그의 외모에 경악하고, 분노한 괴물은 오두막집에 불을 지른 후 자신의 창조자인 프랑켄슈타인을 찾아가 그의 여동생을 죽인다. 그리고 여동생이 가지고 있던 초상화를 프랑켄슈타인의 외사촌 치맛자락에 숨긴다. 외사촌은 여동생을 죽인 것으로 오해받고 죽는다.

     

    괴물이 사람들에게 애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괴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프랑켄슈타인처럼 그를 괴물로 받아들였다. 피조물의 본질은 단지 생명이었지만 사람들과 프랑켄슈타인이 괴물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피조물은 프랑켄슈타인의 여동생을 죽임으로써, 그들이 원하지 않았으면서도 원한 대로, 아이러니하게 괴물이 되었다. 

     

    괴물은 괴로워하는 프랑켄슈타인을 찾아가 자신에게 연인을 만들어달라고 한다. 그러나 프랑켄슈타인은 이를 거부한다. 또 다른 괴물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자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에게 당신의 연인을 죽이겠다고 한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말에 지레 겁을 먹어 도망가지만, 도망간 곳에서 살인자로 오해받는다. 아버지의 도움으로 간신히 풀려난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연인과 결혼하지만, 괴물이 나타나 자신이 말한 대로 프랑켄슈타인의 연인을 죽인다.

     

    괴물이 프랑켄슈타인에게 연인을 만들어달라고 한 것은, 자신이 창조자인 프랑켄슈타인처럼 괴물이 아닌 존재임을 알린 것이다. 그러나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자신이 창조한 것이 아닌, 그 자체가 본질적으로 그러하다고 생각하였고, 그래서 괴물의 제안을 거부하였다. 이후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에 의해 살인자로 오해받은 외사촌처럼 살인자로 오해받고, 연인을 잃은(만들어짐을 거부당하면서괴물처럼 연인을 잃었다괴물이 연인을 만들어달라고 했을 때, 괴물은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인간이었다. 그러나 제안이 거부당한 이후에는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의 창조물(본질이 아닌)인 괴물을 닮아가는 것이다. 

     

    프랑켄슈타인 연인의 죽음은 프랑켄슈타인을 완전히 고립시킨다. 연인의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그의 아버지가 죽은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 사람들에게 버려져 완전히 혼자가 된 그의 피조물처럼. 그리고 괴물이 그랬던 것처럼 괴물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몸이 쇠약해진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쫓다가 죽는다. 그리고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의 시신을 보며 연민을 느낀다.

     

    그는 괴물을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닌, 괴물 자체가 본질적으로 그러한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이 자신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려 하였다. 단, 괴물의 생각이 아닌 프랑켄슈타인의 생각대로, 프랑켄슈타인과 그의 피조물은 같은 사람이 아닌 같은 괴물이라는 것을. 프라랑켄슈타인은 괴물처럼 혼자가 되었고 괴물처럼 복수하려 했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을 괴물로 만든 것처럼 프랑켄슈타인을 괴물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에게 연민을 느낀다.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것은 프랑켄슈타인과 닮은 사람이었지만,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것은 괴물이었다. 본질적으로 프랑켄슈타인과 피조물은 같았다. 선택은 사람으로 같으냐, 괴물로 같으냐였다. 프랑켄슈타인의 결과적인 선택은 괴물로 같아지는 것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은 본인이 창조한 피조물을 괴물로 만들었고 그래서 스스로가 괴물이 된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에서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의 관계는 사람과 악의 관계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이 아닌 것을 괴물이라고 여겨 실제로 괴물을 만들어냈다. 악 또한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악은 없지만 사람들이 악이라고 여겨 실제로 악을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은 악을 창조하면서 스스로가 악이 된다. 이는 개인, 사회, 국가 간 갈등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본질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악을 창조하고, 그것과 대립하면서 스스로가 괴물이 되는 것이다.

     

    성선설성악설의 성은 성품 성()’으로 그 자체가 본질적으로 그러함을 의미한다. 선과 악은 사람과는 관계없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선과 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성은 본질적으로 그러함이 아닌, 만들어짐을 의미하는 이룰 성()'에 가깝다. 

     

    내가 인간 세계를 영원히 떠나 무해한 삶을 보낼 것인지아니면 인간들을 응징하고 당신을 순식간에 파멸시킬 악마가 될 것인지는모두 당신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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