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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구리》 모옌 - 이념과 삶 사이에 놓인 생명
    책/소설 2020. 10. 28. 05:19

    중국, 2009

     

    중국을 대표하는 인물로는 마오쩌둥과 장쩌민이 있다. 흥미롭게도 이 둘은 극단의 사상을 오고갔다.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으로 대표되는 극단적 공산주의 고수를, 장쩌민은 흑묘백묘로 대표되는 적극적 자본주의 도입을 추구했다. 중국은 이 두 명의 인물,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불과 반세기 만에 겪어낸다. 그렇게 양 극단 사이에서 중국 인민의 삶은, 그리고 그 생명력은 국가의 폭력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모옌은 개구리에서 생명의 근원인 아기의 탄생마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이름 앞에 계획되는 현실을 말하고 있다. 주인공의 고모는 문화대혁명 이전, 근대적 산부인과 기술을 받은 엘리트로, 수천 명의 아이들을 받아냈다. 그러나 그의 애인이 대만으로 도피하면서, 고모는 정부에 의심받지 않기 위해 그들의 정책인 계획생육에 열성적으로 뛰어든다. 계획생육은 다소 과격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산아제한 정책으로 한 집에 한 명 이상의 아이를 낳을 경우, 여자의 자궁을 제거해버린다. 아기는 많이 낳을수록 좋다는, 그리고 반드시 남자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을 가진 중국 인민들에게 계획생육은 그들의 원초적 삶을 철저히 통제하는 국가적 폭력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만 해도 아이의 탄생을 돕던 고모는, 이제 아기의 탄생을 막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공산주의의 계획생육 정책이 전쟁처럼 중국 대중의 삶을 휩쓴 지 몇십 년 후, 자본주의의 도입으로 계획생육은 유명무실해지고,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는, 돈으로 아이의 탄생을 사는 시대가 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고모는 과거 자신이 계획생육을 통해 희생시켰던 많은 아이들과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개구리 인형을 모은다. 개구리는 그 울음소리가 아이의 것과 비슷하며, 중국어로 개구리를 뜻하는 ()’가 여호와의 ()’와 발음이 똑같다는 점 등에서 아기의 탄생, 그 원초적 생명력을 뜻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대리모를 통해 낳은 아이가 자신의 아내가 낳은 아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이처럼 모옌의 개구리에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양 극단을 오가며 원초적 생명력인 아기의 탄생마저 부정하는 국가의 폭력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의 폭력은 비단 중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계획생육만큼 파괴적이지는 않았지만 한국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아제한 캠페인을 하였다. 그리고 현재까지 전체주의적 색채가 남아있어, 국가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종종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단지 중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는 국가와 개인, 이념과 삶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사이에 놓여있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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