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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 이해라는 말
    책/소설 2020. 10. 28. 05:32

    한국, 2011

     

    "이해라는 말, 예전에는 나도 참 싫었는데,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먼 곳에서 건네주는 따뜻한 악수가 먹먹했다. 터무니없단 걸 알면서도, 또 번번이 저항하면서도, 우리는 이해라는 단어의 모서리에 가까스로 매달려 살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쩌자고 인간은 이렇게 이해를 바라는 존재로 태어나버리게 된 걸까? 그리고 왜 그토록 자기가 느낀 무언가를 전하려 애쓰는 걸까? 공짜가 없는 이 세상에, 가끔은 교환이 아니라 손해를 바라고, 그러면서 기뻐하는 사람들은 또 왜 존재하는 걸까.”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특히나 부모와 아이 사이는 더 그렇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누군가와 경험을 공유하면서 가능한데, 부모와 아이 사이에는 그런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와 아이는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이이다. 아이는 누구보다도 가까운 부모를 통해 세상으로 나아가지만 누구보다도 이해하기 어렵기에 세상으로 쉽게 나가지 못한다. 그렇게 세상으로 나아감과 주저함 사이에서 아이는 외로움에 갇힌다.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주인공 한아름의 부모는 그렇게 외로움에 갇힌 아이들이었다. 외로움에 갇힌 둘은 외로움이라는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 연결되고 그렇게 17살의 나이에 한아름을 낳는다. 

     

    당신의 왜 당신을 당신의 아버지라 불러?
    왜냐하면 나는 나의 아버지니까.
    당신은 왜 당신을 당신의 어머니라 불러?
    왜냐하면 나는 나의 어머니니까.

     

    아이가 부모를 이해하는 순간은 부모의 경험을 공유하게 되는 때이다. 이는 아이가 부모의 나이가 되었을 때이고, 그제야 비로소 아이는 자신이 만난 최초의 어른이자 가장 가까운 어른인 부모를 이해하면서 어른이 된다.

     

    한아름은 부모가 17살에 낳은 아이다. 그리고 한아름은 17살의 나이에 불치병에 걸려 죽어간다. 부모는 17살에 생명의 탄생을 경험하였고, 한아름은 17살에 생명의 죽음을 경험하고 있다. 같은 나이, 반대편에 서 있는 삶에서 한아름은 부모의 경험을 공유한다.

     

    17살에 첫사랑에 실패한 어머니처럼 한아름은 첫사랑에 실패하고, 17살에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한 아버지처럼 한아름은 삶을 고민한다. 그렇게 반대편의 삶에서 같은 경험을 공유하며 한아름은 부모를 이해하고, 그 이해는 슬픔으로 깊이 연결된다.

     

    한아름의 부모는 한아름을 위해 슬퍼하고 그렇게 한아름과 깊이 연결되면서, 17살의 부모가 자신을 낳았던 것처럼 17살의 한아름은 부모가 임신한 자신의 동생을 축복한다. 그렇게 어른이 된 한아름은 부모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아버지는 내 말을 받아 적는 사이, 거의 한마디도 안하셨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 아버지가 울고 있다는 걸 알았다.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어쩌면 간신히 울음을 참고 계신지도 몰랐다.

     

    언젠가 이 아이가 태어나면 제 머리에 형 손바닥이 한번 올라온 적이 있었다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엄마. 보고 싶을 거예요.

     

    가장 가까운 사이인 부모와 아이에서부터 가장 먼 사이인 남남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의 관계는 같은 경험을 공유하기 어려운 사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고, 그렇게 서로가 멀어진다. 그러나 슬픔은 같은 경험의 부재를 뛰어넘어 서로를 깊이 연결해주는 연결고리다. 웃는 것은 쉽지만 우는 것은 어렵다. 슬픔은 기쁨보다 진실한 감정이고,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누군가를 이해하고 함께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누군가와 슬픔을 공유하며 같은 경험의 부재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슬픔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깊이 연결해주기에, 마음이 아플 땐 아이처럼 우는 것, 그리고 그렇게 누군가의 슬픔이 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네가 뭘 해야 좋을지 나도 모르지만, 네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좀 알지. 미안해하지 않는 거야.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그러니까 너는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 그리고 마음이 아플 땐 반드시 아이처럼 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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