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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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 허무주의와 주체성, 외로움과 사랑책/소설 2020. 11. 8. 06:36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한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나오코: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내가 존재하고 이렇게 네 곁에 있었다는 걸 언제까지나 기억해줄래? 와타나베: 언제까지나 기억할 거야. 내가 어떻게 너를 잊을 수 있겠어. 그녀가 왜 나에게 “나를 잊지 마”라고 말했는지, 지금은 그 이유를 안다. 물론 나오코도 알았다. 내 속에서 그녀에 대한 기억이 언젠가는 희미해져 가리라는 것을. 그랬기에 그녀는 나에게 호소해야만 했다. “나를 언제까지나 잊지 마. 내가 여기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줘.”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면 나는 견딜 수 없이 슬프다. 왜냐하면, 나오코는 나를 사랑하지조차 않았던 것이다. 0. 뒤틀림 일본 정서의 두드러진 특징은 ‘허무주의’다. 허무주의는 문학, 음악, 영화 등 거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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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 상처에 대하여책/소설 2020. 10. 30. 05:55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 없고,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쓰쿠루 또한 그렇다. 쓰쿠루는 누구보다 가까웠던 친구 4명에게 일방적으로 절교 통보를 받는다. 사람들은 상처를 받으면 이를 어떻게든 치료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상처를 치료하려면 시간을 되돌려야 하므로 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처를 외면하고 이를 삶의 바깥으로 밀어내려 한다. 그러나 상처는 끊임없이 삶의 내부로 파고든다. 사람들은 이에 절망하고, 상처는 객관성을 잃으며 과대포장된다. 상처를 외면한 쓰쿠루는 삶에 깊이 각인된 상처에 절망하고 무려 16년간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 상처가 삶의 내부로 파고드는 이유는 이 또한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상처는 외면..